땀똔의 프로필 사진

산 정상에서 렌즈 떨궜던 ssul

    Memories

 

 

승학산에 억새마실 가던 날이었다..

 

산을 오르면서 몇 컷 찍고 가방에 넣으면서 렌즈 분리 버튼이 눌렸던 모양이었다..

정상에 도착해서 카메라를 꺼내는데 렌즈가 바디에서 분리되며 공중으로 날더니 데굴데굴..

 

산 정상이 온통 바위라 탄력을 받은 렌즈가 스핀 제대로 먹은 당구공마냥 가파르게 구르더라..

정상 아래로 자유낙하~

 

그렇게 멋지게 날던 렌즈가 수미터 아래의 바위에 부딪히더니 텅~ 소리를 내며 3시 방향으로 튀더라..

다시 바위에 부딪히고 아래로 떨어지던 렌즈가 1미터 아래의 바위 끝에 간신히 멈춰 선다..

멈춰 선 렌즈 바로 위를 보니 등산로가 보였고 줄줄이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조금만 더 굴렀으면 뉴스에 나올 뻔했다...

식은땀이 가시고 렌즈 주으러 어떻게 가야 할까 싶은 걱정이 몰려들더라..

 

쿵쾅거리던 심장이 진정되기까지 기다렸다가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기어 내려갔다..

지금 같으면 렌즈를 포기했을 것이다.. 렌즈 하나 줍자고 목숨을 버릴 순 없으니.. 팔다리 후달려서 못한다..

 

 

 

 

주워온 렌즈를 살펴봤다..

후드가 미세하게 휜 것 빼고는 다친 곳이 없더라.. 필터까지도 멀쩡.. 와~

쇳덩어리 통짜 가공 렌즈의 위엄인가?!

 

후에 녀석이 팔려나갈 때 십만냥 싸게 내놨었다..

물론 산 정상에서 자유낙하한 녀석이며 렌즈축에 이상 없음을 고지하였다..

 

이런 추억이 있어서 그런지 렌즈 생각이 많이 난다..

그 생각 끝에 마운트도 성격도 다른 녀석으로 하나 업어오긴 했다만...

 

 

 

게르만 쇳덩이가 생각나는 하루!

 

 

 

Nikon D700

Carl Zeiss Planar T* 50mm F1.4 ZF.2

2011. 10. 8.

승학산 | 미세먼지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