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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밤 그리고, 11월의 첫 하루..

    Memories

@2020. 11. 1. [흐림]

 

꽁냥꽁냥 이것저것 하다가 자정 넘어 잭이랑 막걸리 사러 갔다..

두 통 샀다..

 

연중행사인, 시월의 마지막 밤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이용 엉아의 그 노래부터 틀어놓고..

막걸리 타임~

 

스맛폰을 잠시 보는데 숀 코너리 아저씨의 부고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멋지게 늙어가는 유명인사 중의 한 분이라 생각했던지라 느즈막에 좋아했던 인물인데 깊어가는 이 가을날에 먼 길을 가신다..

좋은 곳에 가시기를.. 그동안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Obituary: Sir Sean Connery

Sir Sean Connery left school at 13 and delivered milk, polished coffins and laid bricks.

www.bbc.com

 

사람이 나고 가는 것이 뭔 대수겠냐만은 기분이 꿀꿀해지더라..

그리고, 잠시 (나의 영원한 Heroine인) 캐서리 제타 존스 누님을 소환~

추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르고, 술은 술술 들어간다..

 

어제부터 예정되어 있던 밭일을 생각해서 잠을 청하려고 누웠는데 잠이란 녀석은 세 걸음 밖이다..

스맛폰 쳐다보며 엎치락뒤치락거리다가 하얗게 밤을 새웠다....

 

오전 10시..

대규모(?)의 삽질이 예상되었던 터라 (고무 코팅이) 가장 좋은 장갑(무려 3M)을 끼고 업무 지시를 받기 위해 삽을 들고 섰다..

어무이가 손을 들어 가리키신다.. "여서부터~ 여까지!" .....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상무의 그 톤이다..

조상무의 부하는 썰어야 되고, 울 어무이 부하는 삽으로 파야 되고..

 

올해는 검은콩을 심었었다..

조금 더 익혔다가 수확을 해야 되지만 그 자리에 마늘을 심어야 해서 콩을 걷고 밭을 갈아엎어야 된단다..

 

한참을 삽질하다 보니 배 시계가 요통을 친다.. 12시 40분!

오랜만에 짜장면을 시켰다.. "나는 곱빼기~~"

 

점심 반주 겸, 삽질의 정도를 보니 반드시 필요할 듯해서 막걸리를 사러 갔다..

두 통 샀다..

'잭 이 녀석이 지폐 물고 가서 막걸리 사고 잔돈 받아서 집에 오면 좀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짜장면 + 막걸리로 체력 게이지가 98을 가리킨다.. 다시 삽질 시작!

중간중간 하늘이 노래질 때면 막걸리로 안정화시켜가며 열심히 했다..

문득 '삽질엔 전투화가 제격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꺼내올까 싶었는데 어디쯤 짱박혀 있는지 기억에 없어 포기!!

 

삽질 끝!!

정리정돈에 자투리 일까지 다했다.. 17시 20분!

 

간단한 저녁을 먹으며 막걸리를 한 통 깠다..

오늘도 느끼는, 여전히 신기한 진리.. '노인네 체력도 좋지...'

 

집에 오니 몸이 슬슬 아파온다.. 이럴까 봐 술도 제법 밀어 넣었는데 그래도 아프더라..

골골 소리를 내고 있는 주인놈 죽을까 봐 걱정인지 잭이 내 옆에 붙어 있더라..

하루 반나절 이상을 못 봐서 그럴지도.. 여튼 기분이 좋아졌다~

'막걸리 심부름만 하면 딱일 텐데'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ㅋ

 

어제는 도무지 타이핑할 엄두가 나질 않아 포기하고 오늘에서야 일기를 적는다..

그렇게 시월의 마지막 날을, 새로운 달의 첫 하루를 보냈다..

 

'막걸리로 시작해서 막걸리로 끝난 하루'

'어무이랑 밭일하면서 먹는 짜장면'

'현실성 없는 잡생각 하면서 큭큭거리는 나란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