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2학년 여름밤의 추억..
그 시절 우리 집은 여름이 오면 빠지지 않고 만드는 것이 있었다..
포도 몇 상자를 가져와 포도주를 담그고 나머지 두어 상자로는 포도주스를 만들었다..
확.인.절.차.
올해 새로운 술은 담으면 작년에 담았던 녀석들의 맛을 확인하는 것..
그날의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중요한 조력자가 나타난다..
델몬트주스 유리병..
튼튼하고 사용하기 좋아 대한민국 각 가정에 들어앉지 않은 집이 없다는 그 각유리병...
그날 밤은 저녁을 짜게 먹었을까 늦은 시간1시 언저리쯤 되었던 것 같다에 자다가 깼다..
냉장고 문을 열고 델몬트 유리병에 담긴 포도주스가 코 앞에 있길래 병째 벌컥벌컥~
시~원하게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
냉장고 문을 닫고 방에 와서 누웠는데 천장이 소용돌이치고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
꼬맹이라도 이러다 죽는 건가 싶어 덜컥 겁이 나서 어무이를 깨웠다..
자초지종....
뒤이어 일어난 아부지도 빵 터지시더라..
포도주스는 그 병 뒤에 서 있던 녀석이고 내가 마셨던 것은 작년에 담은 포도주였던 것이었다..
그날 밤 개구리 배가 되도록 물을 마셨다..
술은 깨었던 것 같은데 술몸살이 와서 등교는 하지 못했다..
Switch ON..
그날 켜진 나의 알콜스위치..
막걸리에 온갖 것을 다 타서 먹고 있는 이상한(?) 주당이 되어버린 아재의 40년 전 추억 소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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